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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영화

남자사용설명서, B급과 기존문법의 안타까운 퓨전



남자사용설명서를 보라는 추천은 개봉 전부터 있어왔다.
작용과 반작용 법칙을 봐도 그렇겠지만
특히나 나는 누군가가 무엇을 강요하면 반대로 
그것을 까고 싶은 마음이 든다.

아마도 태생적으로 꼬여 있는 사람이라 그런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러다 얼마전 우연히 티비에서 남자사용설명서의 감독
이원석 감독이 출연해 B급 정서는 필수라는 내용의 강의를 했다.
유쾌한 B급 영화감독 이원석이라는 타이틀로.


그 때 난데 없이 호기심이라는 것이 고개를 들었다.
이원석 감독이 만든, 드디어 입봉해서 만든 
영화는 어떤 영화일까.

초딩 때 티비에서 도학위룡을 본 순간부터
B급 정서를 사랑해 마지 않는, 
헐리우드키드가 아닌 B급 키드가 본 
남자 사용설명서라는 느낌으로 가보자.

서론이 길었다. 
오늘의 리뷰는 남자사용설명서다.


코미디의 핵심은 배역이 반


내가 좋아하는 B급 영화는 대개 두 갈래로 나뉜다.

A. 주성치로 대표되는 싸구려 액션에
코미디가 버무려진 중국식 B급 영화.

B. 소위 '화장실 코미디'라고 불리우는
코미디와 섹스를 적절히 버무린
헐리우드식 B급 영화.

그리고 남자사용설명서 
역시 뚜렷한 B급 취향을 드러내는 코미디다.



이야기는 재밌다.
그리고 세련됐다.

화면 때깔과 연출력의 시너지가 기막히다.
이건 정말 내 취향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는
남자사용설명서 비디오 안의 색감과 그리고 
그 비디오의 안과 밖, 영상과 현실을  절묘하게 오가는 
크로스오버가 아주 잘 짜여져 있다.

아마도 감독은 이거 만들고 대단히 뿌듯했으리라,
혼자 낄낄대고 있었을 가능성, 대단히 높다.

적재적소에 터지는 웃음은
당연히 적절한 캐스팅에도 있다.


사실 이시영은 이 영화를 극장에서 
선택하지 않은 가장 큰 이유다.
(개인적으로 이원석 감독께 죄송해마지 않는다.
나 같은 B급 매니아라도 관객석 1석을 차지했어야 하거늘)
위험한 상견례와 같이 몇 방 먹었던 기억 탓에
이시영을 원탑으로 내세운 이 영화를 다시 선택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시영이 작품 속에서 연기하는 최보나는 비디오 테이프를 보며
변신하는 순간 자신이 얼마나 이 작품에 적합한지를 스스로 증명한다.


박영규와 이원종은 환상적인 캐스팅이다.
굳이 꼽자면 우리들의 영원한 박영규가 정말 신의 한 수다.
(패스트푸드 점에서의 박영규란....)

그리고 오정세까지를 아우르는 출연진에게 날개를 달아준건
오롯이 강약중간약이라 칭할 수 있던 재기넘치는 강약조절과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편집의 힘이라고 말할 수 있다.


Mr. 쓴소리 조순형 전 의원

그러나, 칭찬은 이제그만 
이제부터 쓴소리를 시작해보자.


B급과 기존문법의 어설픈 퓨전


어쩔 수 없다, 

알고 있으면서도 안타깝다.


우리나라에서 이런 영화,

투자 받은 것 자체가 신기하다.





아마도 그런 이유로 이 영화는

로맨틱 코미디라는 충무로 영화판의

전가의 보도에다가 자신의 색깔을 

입힐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러한 추측이 가능한 근거는 대개의 입봉감독의 권한이란 것에 대한 

추측을 해보면 답은 쉽게 나온다.


다른 한 가지 근거는 전반부의 내용과 후반부의 내용이 같은 감독이 아니라 

두 명의 감독이 각자 따로 찍고 합친 듯한 상이한 분위기에 있다.)



마지막에 찾아보니 이원석 감독은 오히려 뒷 쪽 블랙 코미디가 
본래 하려던 말이었다는데, 이거... 곁다리가 훨씬 낫다니.
소 뒷걸음질 치다 쥐 잡는 결과를 보여주는구나.



처음부터 계획도시는 비교적 쉬우나 

재개발을 하는 것은 그보다 훨씬 어렵다.

비유가 별로다.





뭐 이해했으리라 믿고 그렇기에 처음부터 중반까지 

미친듯한 매력을 뽐내던 영화는 결국 로맨틱 코미디의 전형성과 공식에 

그 매력을 잡아먹히게 된다.


결국 영화는 자신이 올려놓은 

기대치만큼의 결말을 보여주며 실망감을 안겨준다.


마치 마라톤 경기에서 선두그룹 보다 한참 앞서가는 

케냐 마라톤 선수가 30KM 넘어가면서 부터 

저 뒤로 처지듯 뒤로, 뒤로 쳐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뚜렷한 아쉬움, 그리고 뚜렷히 보이는 희망


이 영화는 같은 시기에 등장한 코믹/드라마 영화인

7번 방의 선물과는 정반대에 있는 영화다.


개인적으로 좋아하지 않는 영화가 바로 7번방의 선물과 같은 부류이다.

이미 포스터를 보고 영화관에 입장하는 관객의 발 밑에 

감독은 최루탄을 터트려 놓는다.


눈물을 짜고 싶어 표를 예매하고 

우리는 시놉을 보고 오히려 그 전형성을 담보로 영화를 보러간다.





그러나 이 영화는 다르다. 

오히려 기존 영화 중 비슷한 영화를 꼽아보라고 할 때 

비슷한 영화조차 찾아보기 힘들다.

(물론 전반기 부분 한해서다.)


그러한 B급 영화의 키치적이며, 반대중적인 느낌의 태생이 

오히려 완벽한 대중오락영화를 만들뻔했다.

전반기에 완벽하리만한 운영은 가히 감독 데뷔작 

최고 영화라는 타이틀을 선사할 뻔 했다.



그러나 헐리우드에서도 리들리 스콧되는 정도의 감독도 

영화에 투자된 금액 전부의 전권을 행사했을 때, 

그 자체로 화제에 올랐듯이

이제 막 입봉한 감독의 권한이란 말에 무엇하랴.



끝으로


우리나라는 특히나 전형적인 

기존 문법을 답습하는 영화가 많고,

오히려 그런 영화를 장려하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특색 있는 영화가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헐리우드에서 로드트립이 엄청난

순 이익율을 보여준 결과 

그 이후 많은 작지만 특색있는 영화에 

투자가 많았다고 한다.


이 영화가 헐리우드의 로드트립처럼

우리나라에서 B급 영화에 투자를 이끄는 

첫 발자국이 되길 바란다.


아무쪼록 이원석 감독의 첫 영화로

재밌고, 행복했던 심야였다.


바라는 것이 있다면 이 영화의 감독이 원했던대로 

끝까지 끌고간 디렉터즈 컷이 나왔으면 하지만 

손익분기점은 넘겼어야 이런 바람도 희망이 있지 않았을까 싶다;;






남자사용설명서의 리뷰를 꼭 써보고 싶었던 이유는,

오랜만에 영화 리뷰를 쓰겠다고 결심한 이유는

어쨌거나 감독 데뷔작 중에서 이정도의 결과물을 보여준 

감독은 우리나라에서는 흔치 않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 글의 결이 매우 울퉁불퉁하다.

정리도 되지 않고 뒤죽박죽이다. 

그럼에도 여기까지 읽은 사람이 있다면 매우 감사하고 

꼭 굿 다운로더로 돈주고 다운받아 봤음 좋겠다.


Ps. 이 글은 나도 수습이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