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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여행기

델리, 빠하르간즈에서의 첫 날밤 [인도 여행기]



[인도는 그리고 우리는]

이제 이코노미석도 내릴 때가 되었다. 


내리자마자 느껴지는 것은 독특한 향이었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이것보다 훨씬 더 강렬한 향이 

인도의 향이지만 이곳에서 아주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다. 


내 뒤에 있는 할아버지를 제치고 수속 밟는 곳으로 뛰어갔다. 


내려서 출국장까지의 거리는 꽤 되었다. 


한 가지 팁을 주자면 이곳에서 

최대한 빨리가야 수속을 일찍 받을 수 있다. 


뛰어도 좋다. 다만 늦게가면 줄이 길게 늘어져 있어 

오래 기다려야 하고 순위권으로 들어가면 금세 통과할 수 있다. 




빠르게 걸음을 재촉하는 와중에도 

델리의 공항은 많이 달라져 있었다고 A군은 말했다. 


전광판에는 델리의 현재 날씨가 10도를 가리키고 있었다. 


영하 20도의 고장에서 왔는데도 (1월 5일이었다.)

무언가 쌀쌀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이제 정말 델리에 왔다는, 인도에 왔다는 실감이 났다. 

수속을 처리하는 중년 인도인은 많이 배웠고 

그리고 단단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두꺼운 안경 뒤로, 근엄하고 딱딱한 

전형적인 중년 남성의 얼굴이 보였다. 


드디어 출국장을 빠져나와 짐을 찾고 바로 보이는 

토마스 쿡에서 미리 준비한 10달러를 환전했다. 


100달러 이하는 환전 금액이 낮다는 정보를 들었기 때문에 

택시를 타기 위한 10달러를 따로 준비했다. 





하지만 토마스 쿡은 환전도 1달러 대 51루피로 적은 편이고, 

더군다나 50달러 미만은 1달러 대 40루피로 환전 질이 낮았다. 


이때부터 계산에 들어갔다. 50달러를 51루피로 환전하면 2550루피, 

50달러를 바깥에서 환전하면 미리 듣기에 54루피 이상은 받는다고 했으니 

2700루피로 그 차이가 150루피. 10달러를 환전했을 때의 손해가 

10루피로 50달러를 환전했을 때의 손해가 더 크다. 


그래서 10달러를 손해를 보고 나서 환전하니 

여성 분 두 명이 환전을 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어차피 택시야 4인까지 탈 수 있고 4명이서 타면 절약할 수 있으니 

그들에게 같이 택시를 탈 의향을 물었고, 그들도 흔쾌히 동의했다. 







델리 공항을 빠져나오자마자, 나는 약간의 비현실감으로 

잠시간 멍할 수 밖에 없었다. 


엄청나게 많은 이국적인 외모의 인도인, 

그리고 비현실적으로 피어나는 몽환적인 스모그, 

갑작스럽게 달려드는 소음들이 한국의 그것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을 주었다. 


우리는 정신을 차리기 힘들어 이곳 저곳을 둘러봤고, 

택시를 타라고 말하는 사람, 자신의 오토 릭샤를 타라는 사람으로 

일대가 아수라장이 되었다. 나오자마자 

오른쪽으로 조금 갔을 때 보이는 프리 페이드 택시 사무소가 

그렇게 반가울 수 없었다. 옆에서 쫑알대는 인도인을 무시하고 


프리 페이드 택시 사무소에서 뉴델리의 장소를 말해주니 

400루피를 요구했고 아까 환전한 400루피를 모두 주고 

영수증을 끊어주었고 그곳에 쓰인 정류소로 가서 택시를 탔다. 




가방을 넣고 영수증을 달라고 하는 말을 무시하고 있다가 

갑작스럽게 A군이 택시 영수증을 그에게 주었다. 


나는 그가 입에 물고 있는 택시 영수증을 빼앗듯이 

낚아채고는 주지 않겠다는 단호한 표정을 지어주었다. 


택시가 출발하고 공항을 떠나기 직전에 

영수증을 보여줘야 하는 장소였는지 

영수증을 잠시 주었다가 다시 내가 주머니에 꼭 챙겨두었다. 


공항에서 뉴델리까지는 상당히 멀었고 

우리는 통성명 정도를 마친 후에 빠하르 간지로 갈 수 있었다. 


택시 기사는 인도 오기 전에 들었던 

악명처럼 나쁜 사람은 아니었는지 순순히 우리를 

빠하르 간지로 데려다 주었다. 


빠하르 간지가 어딘지 처음에는 잘 모르기 때문에 

뉴델리 역쪽으로 데려다 달라고 하면 된다. 


빠하르 간지는 뉴델리와 신호등 하나를 사이에 둔 거리이기 때문이다. 

빠하르 간지에서 내리는 순간부터 또 한 번 

완연한 인도색에 짓눌리는 느낌을 받게 된다.



 


특유의 향 냄새는 진동하고 어두운 밤 거리에서 개들이 짖어댄다. 


사람들은 음흉한 얼굴로 자신의 가게나, 

숙박 업소, 릭샤를 타라고 한다. 


그리고 거리에는 스모그가 짙게 껴있다. 


모든 배낭 여행객들의 출발점인 

빠하르 간지에서 인도 속살의 일편을 볼 수 있다. 


그곳에서의 장애물에 대해 초보 여행객들을 위해 

하나 하나 설명하는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 


처음 빠하르 간지에 내리면 꽤 많은 사람이 

공포감까지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몇 가지만 명심하면 된다. 


첫 째 개는 웬만해서는 물지 않는다. 


거리에서 살아가는 개가 사람을 물었다면 

 개는 아마 그 자리에 없을 것이다. 


개가 무는 모습은 한 번도 못 봤으니 걱정을 조금 줄여도 된다. 


둘 째 달라 붙는 사람들은 아예 무시해라. 


조금의 말이라도 붙이면 호객 행위에 

성공할 줄 알고 계속 따라 붙게 된다. 


셋 째는 숙박 업소를 잡는 일인데, 

야밤에 빠하르 간지가 혼자 가는 것이 

꽤 두려운 곳이라 여러 명이서 가거나 아니면 

공항에서 노숙을 하고 가곤 하는데 만약 혼자 여행을 왔다면 

최대한 공항에서 한국인과 동행하는 것이 좋다. 


한국인은 정말 꼭 있으니 (1월 초 성수기에는 더더욱) 

공항에서 발견해 같이 가는 것을 추천한다. 


어쨌든 야밤에 빠하르 간지에 숙박 업소를 잡으러 왔다면 

대로변의 숙박 업소는 엄청난 돈을 요구한다. 



처음 갔을 때는 1200루피를 하룻밤에 부른 곳도 있었다. 


400루피 정도면 첫 날치고 성공적으로 잡은 것으로 생각하면 된다. 


다소 뒷 골목에도 많은 숙박 업소가 있으니 

안내해주는 사람이 뒷 골목으로 가더라도 지레 겁 먹을 필요는 없다. 


언제나 합리적인 의심은 해야하지만, 

필요 이상의 의심은 피곤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다시 빠하르 간지에서 우리가 내린 때로 돌아가면, 

빠하르 간지 거리에서 개들에게 질겁을 한 나는 

개들을 멀찍이 우회하여 돌아갔다. 


미친 개들이 달려들어도 차버리면 되겠지하는 

안일한 생각은 접길 바란다. 


인도 개들은 엄청난 체구들을 자랑한다. 


개들이 생각보다 너무 크고 탄탄한 체격은 

왠지 모르게 축구선수 차두리가 떠올랐다. 


앞으로 엄청나게 보겠지만 인도인들은 거리에서 

무언가를 태우며 불을 쪼이고 있다. 



하지만 그 태우는 것이, 나무나 종이 그것도 아니면 

감자나 고구마도 아닌 플라스틱 비닐 등도 

마구잡이로 태우는 것을 보고 깜짝 놀라 코를 움켜 쥐었다. 


우리 모두는 초,중학교 과학시간에 

환경 호르몬이라는 놈을 배우기 때문이다. 


우리는 대로변에 있는 골드 모 호텔에서 

1200루피를 제시하는 것을 거부하고 나오자마자 호객꾼을 만났다. 


자신의 숙박 업소에서 400에 재워줄테니 따라오라는 것이다. 


따뜻한 물과 넓은 방, 마지막으로 LCD TV를 강조하며 

따라오라는 말에 일단 따라가 보았다. 


다소 뒷 골목으로 들어가는 그의 모습이 

못내 미더웠지만 우리의 사람 수를 믿고 따라가 보았더니 

정말 많은 숙박 업소가 있었고 그 중에 시바 DX라는 곳이었다. 



400루피 정도면 꽤 괜찮은 금액으로 보여 

(도착한 때는 1월 초로 인도 여행 기간 중 최고의 성수기이다.) 


두 팀다 계약을 했다. 


리는 택시비만을 위해 딱 10달러만 환전했기에 

옆 사람들에게 돈을 꾸기로 했다. 


그런 점을 보면 숙소를 잡으려는 사람들은 

토마스 쿡에서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환전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 밤중에는 모든 환전소가 문을 닫기 때문이다. 


여권을 내고 숙박지를 작성 한 후에 방으로 들어가니 

이제야 드디어 인도에 온 실감이 조금은 들기 시작했다. 


여권은 내일 돌려준다고 하여 무거운 짐을 먼저 풀기로 했다. 


그곳의 베게와 이불은 웬만하면 쓰지 않는 것을 추천한다. 



사진은 데톨의 광고



그곳 기준으로의 깔끔함이란 우리나라와는 

판이한 기준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곳에 짐을 모두 풀고 드디어 휴식할 준비가 모두 되었다. 

LCD TV가 있긴 하지만 인도 방송만 나오기 때문에 딱히 볼 것도 없다. 

더러운 이불위에 우리의 중국남방항공의 담요를 깔고 

침낭 속으로 들어가 잘 준비를 마쳤다. 


상투적인 표현이긴 하지만, 약간의 불안함과 약간의 기대를 가지고 

내일을 위해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아니 내일이 아니다. 벌써 12시도 한참이나 지나 있었다.


그렇다 우리는 드디어 인도 한 복판 델리에 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