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여행기] 비행기 대소동
<사실 대소동 류의 영화를 좋아해서 뽑은 제목>
정말 간단한 티켓 확인 절차 후
우리는 비행기에 몸을 실을 수 있었다.
마치 영화 <고지전>의 군인들처럼
우리는 과거를 잊겠다는 듯이
그 일을 쉽게 입에 올리지 않았다.
우리가 거의 처음에 탔고 한 명씩 사람이 들어오는데
통로 옆으로 인도 할아버지 한 분이 앉았는데
백발에 건장한 멋진 노년의 모습을 자랑하고 있었다.
나는 그 할아버지를 가리키며 참 멋있다.
백발이 어울리는 할아버지로군이라는 언급을 했다.
모두가 탑승하고 이륙 직전에 우리의 옆자리가 비었다는 것과
나의 뒷자리가 비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짐을 그 좌석 위에 올리고 편하게 잘 수 있기 때문이었다.
나는 더불어 뒤로 있는 힘껏 의자를 제끼고 잠을 청할 수 있었다.
얼마나 잤을까 광저우로 향한 비행기에서
그리고 광저우 공항에서 잠을 잤던 탓인지
불편한 비행기에서는 있는 힘껏 제쳐놨던
의자임에도 금방 눈을 뜰 수 있었다.
A군을 음료가 왔을 때 깨워 같이 맥주를 마셨는데 전에
광저우 행 비행기에서 마셨던 맥주와는 같은 회사였다.
맛은 달라서 조금 드라이한 맛이
강한 것이 이것이 조금 더 나은 느낌이었다.
그리고 기내식이 곧 나오고 다시 한 번 선택의 순간이었는데
이번에는 피쉬와 베지터블의 선택의 갈림길이었다.
A군은 베지터블 나는 고민했지만
그럼에도 고기인 생선을 선택했다.
생선을 선택했지만 무슨 일인지 어김 없이
다시 잡채밥 같은 것을 받아들었다.
중국집에서 나오는 잡채맛에 고기 대신 생선을 넣은 느낌이었다.
베지터블은 야채 볶음밥 같은 것으로
그럭저럭 먹을만한 모습이었다.
A군은 피곤했는지 음료와 식사를
마친 직후에 다시 잠에 빠져들었고
나는 말똥말똥하게 가이드북을 뒤적거리거나
같이 갖고 왔던 책을 뒤적거리고 있었다.
그렇게 두 시간여가 지났을까 사방이
어둠에 뒤덮여 적막한 기운만이
탑승객 전원을 덮고 있었다.
그때 아까 언급했던 그 할아버지가 책을 읽고 있던
나를 향해 조금 과도하다 싶을 정도로 몸을 기울이며
자신의 핸드폰을 가리키고 손을 내밀며 무언가를 이야기했다.
그러나 기내는 엄청난 소음으로 인해
말이 잘 전달되지 않았고, 더군다나 나의 영어 실력은
과도하다 싶을 정도로 낮았다.
들리지 않는 말로 인해 입에다 귀를 가져다 댔지만
더욱 기내 소음만이 커져가는 느낌이었다.
그때 손의 모양이 컵을 가리킨 줄 알고 할아버지의
손에 컵을 쥐어져 보기도 했지만 단호히 거부했다.
다시 손을 내미는 모습에 나는 그 할아버지의
손을 뜬금 없이 뜨겁게 잡아주었다.
맞잡은 손만 보면 어두운 공항 기내에서
인도의 외무부 장관과 한국의 외교 대사가
모처럼 뜻이 맞은듯한 감격스러운 모습이었지만
할아버지가 원한 것은 그것이 아니었나보다.
다시 자신의 핸드폰을 가리키며 무언가를
이야기했지만 도저히 뜻이 통하지 않아
나의 핸드폰을 내밀어 메모장에 써달라고 했지만
다시 알아들을 수 없는 번호만을 적을 따름이었다.
그래서 나의 노트와 펜을 꺼내어 직접 적어달라고 하니,
번호와 사는 곳 등을 적고 자신이
핸드폰이 안 되니 전화해 달라고 했다.
무슨 말인지 도통 알 수 없어 옆에 있던 A군을 깨웠다.
그는 비행기 안에서 도저히 취할 수 없는 정도의
숙면을 취하면서 기름기가 번들거리는 얼굴로
할아버지와 몇 마디 말을 나누고는 나에게
느닷없이 메일 주소를 적으라고 했다.
나는 순순히 적고서는 그 메모지를 넘겼지만
그 할아버지는 그것을 들여다보고는
무엇이라고 했지만 알아들을 수 없었다.
바로 앞에 있던 인도인이 답답했는지
그 할아버지와 이야기를 나누었고 그 할아버지는
나에게 전화를 원한다는 말을 했다고 했다.
뭔가 설마설마하는 그것은 아니겠지라고 하며
이제 그를 외면하기로 했다. 고개를 돌리고 책에
머리를 박고서는 읽는 시늉을 했다.
하지만 누군가가 지나가서 의도적이지 않게
옆을 쳐다볼 때면 그 할아버지는 나를 반지의 제왕의
사우론의 눈처럼 갈망의 눈동자로 쳐다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나는 다시 고개를 숙이는 수 밖에 없었다.
잠은 오지 않고 책 역시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다만 내 옆에서 이따금씩 불현듯이 느껴지는
그의 이글거리는 눈동자가 나를 주시하고 있음을 느낄 뿐이었다.
어처구니 없는 이 상황에서 시간이 가는 것만을 바라고 있었다.
그리고 비행기가 날아가며 델리에 한층 가까워졌는지
밑으로 별처럼 불이 빛나고 있었다.
어쩌면 수 없이 나의 위를 지나가던 비행기가
내가 타고 있는 이 비행기는 아닐런지,
다소 시공간을 초월한 생각이 떠올랐다.
비행기가 하강을 시작하고 A군을 깨운 후에
이곳에서 빨리 탈출해야 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탈출은 탈출이더라도 이 담요들은 가지고
가겠다는 생각으로 내 옆에 있는 담요까지
살뜰하게 챙긴 후에 착륙하고 나서 앞으로 달려갔다.
하지만 이코노미는 나중에나 내릴 수 있다는 것을 알고
다시 한번 돈의 쓴맛을 봐야 했다.
그런데 승무원이 갑자기 나를 보고 나서는
단호하게 노!를 외쳤다.
뭐지?라고 생각한 순간 다시 노!를 더욱 크게 외쳤다.
나는 ‘니가 나한테 왜 이러는지는 모르겠지만,
승무원인 니가 이럴 수는 없을 것 같은데’라고
생각하는 순간 내가 안고 있던 담요를 가리켰다.
아하! 담요를 가져가면 안되는구나라고 깨닫는 순간,
누굴 거지로 아나라는 듯이 그 담요를 뒤로 던져버렸다.
하지만 그는 모를 것이다.
이미 A군의 작은 가방 안에
두 개의 담요가 있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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